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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人香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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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눔이2 2022. 12.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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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人香萬里)
/정다혜



그곳에 자꾸 마음이 가 있다

바람결에 찾아 오는 그리운 향기
발길을 재촉한다

청사등롱(靑紗燈籠) 불 밝히고
반가운님 기다리는 달빛

버선발로 마중 나와
달무리 하얗게 손짓한다



찻잔을 내리는 손길
넉넉하게 채워 주고

잔을 비우면
또 채워 주고, 또 채워 준다

그 마음이

세상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엄마의 미소를 닮았다



휘영청 밝은 달이 떠 올랐다가
푸른 밤을 건너

붉은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마냥 앉아 있어도 좋겠다

향기로운 찻잔을 마주하고
받고 또 받으며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이뤄낸
그의 인품과 생각의 깊이를 음미한다



팽주의 목소리는
엄마 등에 업혀 기대어 듣던

옛날이야기 자장가처럼
따뜻한 음성을 닮았다

스쳐 지나는 인연(因緣)에도
잠시 쉬어갈 둥지를 내어주고

삶에 의미가 되어주는 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Liber Pater(리베르 파테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팽주의 원기(元氣)를 받아

티끌만한 베풂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 하나 품어본다



차(茶)가 참 달고 맛나다



그의 따스한 성품과 온기가 담겨

더 기품(氣品)있고
향기(香氣)로운가 보다

폭풍한설(暴風寒雪) 내 마음에
봄 햇살 가득채워

설련화(福壽草) 피워낸다

찻잔 속에 스며든 그의 미소

맑고 고운 향기가 되어
잠든 생애(生涯)를

송두리째 흔들어 깨운다
꿈이라면 부디 깨지 말아다오

글 : 시인 정다혜
음악 : 백미현 - 눈이 내리면
편집 : 행복나눔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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