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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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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눔이2 2022. 5. 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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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예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너무 고마워요 - 김성예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 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 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 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 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아내의 화답시



평생을 시골과 소도시
공주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정년 퇴임한
나태주 시인은

한 때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았었다.


병석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자신보다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컷기에

그 마음을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기도하는 내용의 시를
마지막 편지처럼 썼다.

그리고 아내는
그 시에 답장을 썼다
.



사진:박알미
음악 : Secret Garden
편집 : June
 
 



그런 길은 없다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 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 메기 베드로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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