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답게 삽시다
작금의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는 노인들의 책임도 반이다.
자식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되
지나치게 모든 것을 쏟아붓지는 말아야 한다.
어차피 자식들에게는
각자가 살면서 치러야 할 삶의 몫이라는게 있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자식들에게 더 퍼줄게 아니라 삶을 지키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만 없다면 그 순간부터 부자가 된다.
사회에 기여도 하고 친구들에게 술도 한잔 살수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아이들도 자립 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도 생긴다.
나는 지금도 지하철을 탈때는 꼭 돈을 낸다.
저녁 무렵 붐비는 여의도역에 내리면 퇴근을 하는 젊은이들 무리에 휩쓸려
이리저리 밀리긴 하지만 기분은 흐믓하다.
때로는 그들과 어울려 포장마차에서 대포도 한잔 한다.
어느 순간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직은 나도 그들처럼 어엿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제 구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고요한 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도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읽어 줄
누군가를 생각하면 힘겨운 일도 즐겁기만 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삶의 빈틈이 늘어난다.
그 틈을 채워주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을 얻는 일은 세상을 얻는 일과도 같다.
그렇게 나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친구들을 두고
함께 늙어갈 수 있는 것만큼 큰 축복은 없다.
많은 연구 보고에 의하면
인간관계가 곧 행복의 기본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의 삶이 다소 한적해 졌으면 좋겠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며
가끔 몇몇의 사람들과 밀도 있는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면
나의 인간관계는
좁아진 것이 아니라 깊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니 자연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진다.
한창 앞만 보고 신나게 달려갈 때에는
길 가에 아무리 어여쁜 꽃이 피었어도
일부러 발길을 멈추고 바라 볼 여유 따위는 없다.
그런데 콧노래를 부르며 느릿느릿 길을 걷다 보면
하늘도, 길도, 길섶의 이름 모를 풀꽃도
모두 눈에 들어 온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여린 꽃잎을 한 번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며 혼잣말로 감탄을 하기도 한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위축되고 열등감에 빠져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그것은 자신의 삶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은 때문이다.
나이 들고 삶의 경험이 늘수록
자기 자신을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의 가치와 존재감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나의 삶과 나 자신에 대한 예의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농밀하고 풍요로운 것이다.
사고와 사유가 깊어지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도 깊어진다.
내면의 삶은 더 부유해진다.
- 이시형 박사의 "어른답게 삽시다" 중에서- 편집 : June 음악 : 인생길 / 수연 Artist : Gilda M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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