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病歷 - 임보
하루쯤 앓게 되면 육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한 열흘쯤 앓게 되면 목숨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고
한 달포쯤 앓게 되면
이 세상 삼라만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게 된다
앓아 본 적이 없는 자여, 어찌 삶의 깊은 맛을 짐작할 수 있으리
임보 시집『눈부신 귀향』(시와시학, 2011)
○ 글(詩) : 임보 ○ 음악 : Angel - Sarah - --------McLachlanl ○ 편집 : 송 운 (松韻) ○ 출처 : 송 운 (松韻)사랑방 카페
‘아픈 만큼 성숙 할’ 수 있을까?
어린 날 고열에 들떠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눈을 뜨면,
할머니께서는
찬 물수건을 이마에 얹어 주시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시며,
‘똑똑해 질려구 그래. 크느라고 그러는 거야.’
라는 말씀을 주문처럼 들려 주셨다
아프면서도 할머니의 주문 같은 말씀이
뇌 속에 새겨져 아프고 나면 정말 똑똑해 질 거라고 믿었다
앓고 난 후에 생긴 통찰력이라면,
발병 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고
병이 생기면 발열과 통증으로
몸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려 준다는 것이었다
병에 걸려 앓을 때, 우리는 병에 걸린 자신을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병이란 자신이 무시했거나 배려하지 않았던 육신과
정신적 측면들이 전해 주는 메시지다.
병에 걸려 앓게 되면 그동안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는가를 확인하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병이 들어 올 수 있도록 스스로를 괴롭혔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고,
불균형 상태가 되어 고통 받고 있는 자신을
빨리 바로 잡으라는 신호를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앓는다는 것이
‘살고자하는 몸부림’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아픈 만큼 성숙’ 할 수 있는 것이리라
“하루쯤 앓게 되면 육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열흘쯤 앓게 되면 목숨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고
한 달포쯤 앓게 되면
이 세상 삼라만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게 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편리함만 추구하고 편안하게만 살려고 하는 삶은
밋밋하다
불편하고 가난하고 아파 봐야 세상이 남다르게 보인다.
그만큼 절절한 사연도 뒤따라 온다 삶의 이력이다.
이는 학력이니 명예니 직책이니 하는 것들로 따라잡을 수 없다.
몸으로 부딪치고 이겨내며 때로 눈물로 땀으로 피 흘리며
살아온 삶의 이력은 순금보다 값지게 빛이 난다
큰 불편함이나, 고생 없이 편안한 울타리 치고 살아 온 사람들은
땀이나 눈물, 아픔에 대해 실감나게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 뼛속까지 아파 본 사람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그래서 볼테르는
“자기도 고생했던 병에 누가 동정을 안 하고 배길 것인가”라고 했다.
화려한 이력보다 아픈 병력의 폭이 한결 깊고 넓다는 것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과거엔 몸이 아파 마음이 아팠지만
갈수록 마음이 아파 몸이 아파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현대인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그 쌓여 가는 스트레스와의 싸움 자체도 또 스트레스가 된다
병의 농도를 날짜로 저울질하고 이겨 나가며
더 큰 깨달음의 경지까지 이르는 과정을 가만가만 따라가 본다.
몸의 아픔을 마음과 함께 나눠 앓으며
하루, 열흘, 달포…, 세월로 이겨내다 보면
그만큼 더 성숙해지고 깊은 삶의 맛도 만날 수 있음을.
병력이 만들어 낸 힘이다
-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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