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늑대야 늑대야

좋은 글

by 행복나눔이2 2022. 11. 13. 07:12

본문


늑대야 늑대야


남자는
모두 도둑놈, 늑대라며

늘 경계를 하던
동창생 권여사로부터

느닷없이
소주 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어이 권여사 이젠 늑대가 안 무섭다
이거지"

"흥 이빨빠진 늑대는
이미 늑대가 아니라던데"

"누가 이빨이 빠져 아직 나는 늑대야"

"늑대라 해도 이젠 무섭지 않아
나는 이제 먹이감이 되지 못하거든"

이제는 더 이상 먹이감이 되지 못해
늑대가 무섭지 않다는 권여사와

아직도 늑대라며 큰소리치던 내가
늦은 밤까지 거나하게 취했지만

우리 아무런 사고 없이 헤어졌다

그날 권여사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아- 나는 아직도 늑대가 분명하다


○ 글 (詩) : 허 홍 구
○ 음악 : 봄날은 간다
○ 편집 : 송 운 (松韻)
 





총알보다 빠르다


여자 홀리는데 날쌘 친구가 있었다.
우리들은 그를 총알이라 불렀다

총알이 점찍어 둔 여자를
내가 낚아 챈 일이 있고부터

친구들은 나를 번개라 불렀다
3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대폿집에 몇이 모여
옛날을 이야기 하다가

지금도 총알보다는
번개가 더 빠르다고 강조하였다

총알이란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이젠 우리들 보다 훨씬 더 빠른
세월이란 놈이 있다고

우리는 벌써
여섯 고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 글 (詩) : 허 홍 구
 



아지매는 할매되고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 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 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 글 (詩) : 허 홍 구
 





봄날은 간다


작사:손로원
작곡:박시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시인 허홍구를 말한다


/ 권 천 학

비가 쏟아지는 날 천둥번개가 치면

지은 죄업 때문에
문 밖 출입을 삼가 한다는 남자

저놈 잡아라하고
찾아 올 여자들 때문에

T.V 에는 절대로 출연을 못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남자

가슴이 펄펄 끓어서 찬물만 마신다하고
속이 달아 설탕을 먹지 않는다 하고

단물만 빨아먹고 뱉는 것이 싫어
껌을 씹지 않는다는 사람

목욕 할 때와 바람피울 때는
전화를 못 받는다고 예고하는 싱거운 사람

바람둥이란 소문이 있는데도

그의 애인이 누구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고

끊임없이 호감을 갖게 하는 중년남자
그는 늘 바람을 일으킨다.

참치회는 좋아한다면서도

접시 위에 꿈틀거리는 활어 회를 보고는
불쌍해서 못 먹겠다는 맘 약한 남자

앞머리가 많이 빠지고
술을 좋아하는 시인

그의 선한 눈빛에
수 많은 여자들이 빠져 죽었다.


- 註
권천학은 허홍구시인과 친구이며
'에릭 크립톤'과 동갑내기인 여성시인이다

글 출처 : 송운 사랑방 카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살이  (1) 2022.11.15
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이유  (0) 2022.11.13
바람은 그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0) 2022.11.12
잘 익은 사람  (0) 2022.11.10
수즉다욕(壽則多辱)  (1) 2022.11.09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