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君主)의 총애(寵愛)를 받는 자를 논(論)하면 그의 힘을 빌리려는 것으로 여기고,
군주(君主)가 미워하는 자(者)를 논(論)하면 군주 자신(君主 自身)을 떠보려는 것으로 여긴다."
유가(儒家)와 법가(法家)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은 사상가(思想家) 한비(韓非)는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과 난언(難言)편(編)에서 말의 어려움을 실감(實感)나게 들려준다.
그에 따르면 유세(遊說)가 어려운 것은 내 지식(知識)으로 상대(相對)를 설득(說得)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유세(遊說)가 진짜 어려운 건 상대(相對)의 의중(意中)을 헤아려 거기에 내 말을 맞추는 일이다.
한비(韓非)는 그러면서 용(龍) 얘기를 꺼냈다. "무릇 용(龍)이란 짐승은 잘만 길들이면 등에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렇지만, 턱밑에 한 자쯤 거꾸로 난 비늘[逆鱗]이 있는데 이걸 건드리면 누구나 죽임을 당한다.
유세(遊說)하는 자(者)가 군주(君主)의 역린(逆鱗)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목숨을 잃지 않고 유세(遊說)도 절반(折半)쯤은 먹힌 셈이다."
한비(韓非)는 최고(最高)의 화술(話術)은 수려(秀麗)한 언변(言辯)이 아니라 상대(相對)의 마음을 읽는 독심(讀心)임을 강조(强調)한다.
유세(遊說)의 핵심(核心)은 상대(相對)의 치명적(致命的)인 약점(弱點)인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고 감싸는 것이라 한다.
동양인(東洋人), 특히 한국인(韓國人)이 좋아하는 용(龍)이 나왔으니 용(龍)에 관한 얘기를 덧붙인다.
옛날 중국(中國)의 어떤 사람이 천만금(千萬金)을 주고 용(龍)을 잡는 기술(技術)을 완벽(完璧)히 익혔다.
한데 세상(世上)에 나와 용(龍)을 잡으려니 용(龍)이 없었다. 겉은 그럴듯해도 정작 쓰임새가 없는 것을 이르는 도룡술(屠龍術)의 배경(背景)이 된 얘기다. 도룡술(屠龍術)은 옛날 주평만이라는 사람이 용(龍) 잡는 기술(技術)을 배웠으나 세상(世上)에서 써먹을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표현(表現)으로
배우는 것은 좋으나 무조건(無條件) 배우는 것 보다는 쓸모나 가치(價値)가 있을 때 배워야 한다는 교훈(敎訓)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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